생각

고전(소설)

곽재률 2021. 3. 3. 17:37

위대한 게츠비를 읽고 독후감을 쓰려다,

고전에 대한 생각을 따로 떼어놓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이 참에 따로 고전에 관한 생각을 써본다.

 

 

 

음,,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1. 난 매우 단순한 시야를 가졌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이렇게 단순했나 놀라울 정도이다.

좋게 말하면 순수했었는데,

 

"내가 허비한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의~ "

"할 수 있는 것과, 못 하는 것을 분별하는 지혜와~ 실행하게 하는 용기~ "

"무슨일이있어도 땅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범사에 감사하라"

"원수도 사랑하라"

"진짜는 결국 모두가 알아본다"

"모순을 제일 경계하며 모순된 사람이 되지 말자"

"믿음 소망 사랑 중 제일은 사랑이다"

등등~

 

이렇게 그 당시 내게 확 꽂힌 문장들 몇 개를 원칙으로 인생을 살아갔다.

또 어려서 성당을 다녀서 그런지, 박애정신이 꽤 있었고,

업(카르마)을 미신처럼 믿으며 살아갔다.

만화에서 본 주인공들이 멋있게 느껴서 인지,

난 열정적인 성격과 무한한 희망을 품는 주인공의 성격을 닮아갔고,

노력을 통한 성공의 명언과 신화들은

사회를 처음 경험하려는 나에게

세상은 하기에 따라 아름답다는 것을, 열심히 살 것을 각인시켜 주었다.

이와 함께 부, 명예, 권력, 성에 대한 욕심도 많아서, 무슨 방법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엄청 성공해

어떤 과정을 통해 유명인사가 되어서, 많은 배려로 살면서,

예쁜 이성과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에 반해,

애매한 중용, 자제의 말은 주저함, 위안으로 보였고, 

쓸데없이 걱정이 많거나, 사소한 것에 해결 방안 없이 짜증만 내는 사람은 발전성이 없는 겁쟁이들로 치부했다.

 

어쨌든

난 모든 것을 확실히 하고 싶었다.

 

 

2. 고전 소설을 처음 읽은 건, 중학교 1학년 때일 것이다.

중학생 때, 한국 고전을 한 달에 한권인가 읽게 하고 독후감을 쓰게 했는데,

그저 슬프고 한이 느껴진다는 것, 그 당시 해방이나 관습을 배경으로 하거나, 특이한 사람을 배경으로 해서,

특정 상황과 특정 사람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느꼈고,

괜시리 옛날 한국어, 방언의 어려움, 어려운 한자 용어의 사용이

허영으로 느껴져서 재미와 멀어지게 했다.

그나마 재밌게 읽었던건 운수 좋은 날 정도이다.

하지만 그것도 새롭다거나, 나를 바꾼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그냥 잘 짜여진 단순한 슬픈 이야기 였다. 

이래서 그냥 고전은 무겁고, 슬픈 이야기, 어쩔 수 없는 상황의 공허함만 주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3. 시간이 지나, 대학교 1학년 1학기, 교양 수업의 좋은 학점을 위해, 데미안의 발표를 하겠다고 했는데,

짧아서 그냥 빠르게 다 읽었는데,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정말 처음 경험해 봤다. 분명히 글자를 다 읽긴 했는데,

함축된 은유는 커녕 스토리조차 내가 뭘 읽은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발표는 해야 되니, 인터넷에 해석을 검색해봤는데,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그런지,

꽤나 인터넷의 자료들은 내 눈높이로 잘 설명되어 있었고,

어려운 수학 문제나 퀴즈를 헤매다가, 답을 본 느낌을 받았다.

난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

이런 숨은 의미를 찾는 일은 

꼭 내가 어떤 비밀의 방의 서재에 들어가, 잊혀진 마법의 주문이 적힌 종이를 발견하는 느낌을 준다. 

내가 이미 봐왔지만,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해석을 통해 그제야 의미로 다가오는 것.

와? 이런 뜻이었어? 하는 그런 느낌.

이런 느낌은 오히려, 바로 알아차릴 때 보다도, 더 짜릿함으로 다가온다.

또 새로운 시야를 가져다주었다.

와, 이렇게도 예민하게 생각할 수 있구나, 성장을 이렇게 표현 할 수 있구나.

나도 이런 시기를 거쳤었나? 정도로.

 

이때부터인가,

뭔가 고전이 나에게, 호기심의 영역, 또 일종의 멋짐의 영역에 들어왔다.

고전.

책갈피에는 중후한 멋, 각지고 예민한 얼굴, 잘생긴 얼굴 등등 개성적인 얼굴을 가진 신사들의 사진과 함께,

그들의 대표작과 엄청난 수상경력, 인생 등이 적혀있고,

그것도 모자라 소설이 끝나는 부분에는 인생의 연보가 소개되기도 하며,

책의 뒷 표지에는 여려 유명 잡지들, 유명인사들이 수려한 말로 칭송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궁금한 건,

도대체 고전이 뭐길래 그렇게 칭송받는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고전이 됐는가?

 

 

4. 이렇게 생각하다가, 군대에 가서, 책을 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성장과 성공에 욕심이 많은 나는, 군대에서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알차게 보낼 생각이었다.

그 때, 좀 쓸모 있는 책을 읽으려고, 자기개발서와 고전을 읽었는데,

군대에서 자기 개발서를 특히 엄청 재미있게 읽었다.

잘 쓰여진 자기개발서는 아주 명료하고, 강력한 메세지를 주는데, 이건 인생의 답지를 보는 느낌을 준다.

타이탄의 도구들, 완벽한 공부법, 미움받을 용기 등등은 정말 엄청난 쾌감을 주었다.

그에 비해 고전이나 소설도 물론 재밌지만,

쉬운 전달 내용을 꼬아서, 예쁘게 포장해서, 또는 너무 환상같은 이야기였다.

물론, 새롭게 알게 되는 무엇도 적혀 있기도 했지만, 논리적이라 보기에 어려운 것도 많았고,

굳이 삶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소설은 자기개발서처럼, 명료한 지식을 전달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애매모하게 표현하며, 인생을 몇 줄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게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그저 어려운 영화의 숨겨진 해석을 보는 것처럼, 그냥 끝나고 숨겨진 것을 해석하는 맛이라 느꼈다.

그렇게, 소설은 그냥 허영적인 은유 퀴즈 맞추기 놀이로 치부했고,

소설보다 치중할 게 많은 세상, 그 시간에 더 중요한 할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내 욕심, 그저 지식 자랑을 위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고, 다시 삶에 치중했다.

 

 

 

5. 전역 후, 난 나의 가치관 및 시야에 자신감을 가졌고,

이것이 완벽에 가깝고, 이것을 바꾸지 않고, 늙어서 죽기 전까지 고집하리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뭔가 부족하고 조금은 모순됐다는 것, 뭔가 모르는게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만약 내 계획대로, 삶을 살아가서, 여러가지 능력이 생기고, 남을 도와주는 삶을 살면,

그게 인생의 답안인가? 그럼 한가로이,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과, 이기적인 사람은 무가치한 사람인가.

어디까지 난 한가로이 보내면 안되고, 이기적이면 안되나.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해야 하나? 어디까지?, 그것은 허무하지 않나.

줄타기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좌우의 폭을 어림잡아 계산하며, 중앙선을 걸어가려하는,

조금이라도 어느 쪽이라도 쏠리면, 차에 치여 죽는다. 

비록 차가 한 대도 안와서, 안죽을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중앙을 못잡는 순간, 차에 치여 죽을 수도 있다.

이건 꽤나 불쾌했다. 하지만 내가 보고 동경한 주인공들이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철학에 대한 블로그를 봤는데, 확 끌렸다.

전혀 상상할 수 없던,  생각조차 안해봤던 다양한 시야들이 많았다.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에 대해, 눈동자를 보는 느낌이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말처럼,

내가 고민했던 것들, 혼자만의 고민이라고 외로이 생각해왔던 것들을

엄청나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똑같은 고민을 해왔고,

그 중 더욱이 예민했던 선조들 중 몇몇은 훨씬 깊게 생각하며, 또 그것들을 기록해놓았다.

그들은 정말 사소한 것 하나 하나 의심하는 사람들이었고, 그 매력에 빠졌다.

의심할수록 알 수 없는 불가지성 속에서도, 논리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삶을 살았다. 

그들의 여러 가지 의견들이 모아져서, 내가 어떤 생각과 시야를 가진지 알 수 있었다.

내 눈에 어떤 틀의 이름이 붙여준 것이다.

이 것은 내가 어떤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어떤 유형의 인간임을 보여주는 보편성의 감옥으로 다가오기 보단,

더 자신을 알게 해주는, 이름을 지어주는 일이었다.

 

새로운 시야로 본다는 것은 , 새로운, 놓쳤던 세상을 다시 보게 해준다.

이제야 인생은 자기개발서처럼, 한 가지의 정답이 있는게 아니라는 것은

정말 늦게나마 알게 되었다.

단순한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보게 도와주는 여러 시야들이 있을 뿐.

우리의 눈도 분명히 그렇듯이.

 

독단의 눈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보이는 것은 자유의 광활함, 숭고함이다.

삶의 어느 것 하나 정해져있지 않고, 해야하는 법 없이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하는 것임을, 당연히 모든 책임도 나에게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자유로울 수 밖에 없어서, 걱정도 되긴 하나, 무엇보다 행복했다.

이 느낌은 정확히 항해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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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최근 다시 읽으면서 놀란 것은,

고전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세상을 잘 표현한다.

 

고전은 독자를 믿는다. 가르치려하지 않고, 대화를 하려 한다. 세상을 보여준다.

아름답기만한, 세상이 아닌, 정말 세상.

세상 속의 어떤 사건이나 갈등을,

또는 나태한 하루를 

또는 피끓는 욕망의 감정 혹은 회의적임을

 

드라마, 영화, 소설의 엄청난 기적의 신화와 픽션 속에서, 희망을 보여주는 것은 볼 때 정말 재밌다.

하지만 막상 다 읽고 나면, 현실과의 괴리감과 어떤 공허함을 주기도 한다.

고전은 어떤 현실적인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시원하게 결말이 안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써 독자들이 능동적으로 각자의 메세지를 찾으라는 행위를 강요시킨다. 

신기하게도, 답 없는 비극이라도 강력한 희망의 메세지를 은연 중에 새길 때가 많다.

이것을 독자의 몫으로 맡긴다. 일부러 책이 어렵게 보이거나, 지적으로 보일려고, 어렵게 쓴 것이 아닌,

그냥 세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세상은 복잡하고 어렵고 어지럽다. 생각도 가끔 마찬가지다. 

 

또 고전은 새로운 것을 알게 하는 것보다도, 

이미 느꼈거나 이 전에 느꼈었지만, 놓치거나 모호해서 붙잡기 어려운 것들을 확 낚아채는데 탁월하다.

이건 철학자들의 극단적인 사고 실험 같다.

이런 복잡하고, 자유로운 세상 속에서, 우리는 뭐에 미쳐살아갈 수 밖에 없다.

미쳐 살아간다는 것은 나쁜게 아니라, 살기 위한 탁월한 방법이다.

미쳐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하나의 시야, 하나의 독단으로 산다는 것인데,

고전은 세상을 보여줌과 독단 속에 놓쳤거나 무시했던 것들, 정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다시금 새로운 시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의견을 제시한다.

특히 더욱이 신비함에 끌리는 것은

새롭고 신선한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던 것, 무시하고 있던 것을, 일깨워주고, 은밀하게 드러내서,

일깨워주는데에 있다.

이건 시간을 만드는 행위이다. 그냥 지나가 놓쳤던 시간을, 붙잡아서 보상해준다.

의미 없이, 흘러간 것이라 생각했던 시간을, 진정하게 내가 경험한, 나의 시간으로 만들어 준다.

 

 

 

최근 꽤나,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독단적이고, 세상을 증오스럽게 바라봤었는데,

나에게 의문증이었던 게츠비,

한 문장 한 문장이 나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진짜 신기한 체험이었다.

군대에서 읽은 그저 그런 로맨스 소설,

어쩌면 게츠비의 계획은 그때의 나에겐, 너무나 상식적이고, 단순한 그림

그 외의 인물들은 더러운 먼지처럼 보이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한 걸 표현한 권성징악이었다고 생각했다.

세일즈맨의 죽음, 제5 도살장, 유리동물원 같은 더욱 띄어나다고 생각 되는 작품이 많음에도,

왜 율리시스와 함께 2대 미국소설이라 칭송 받을까?

오직 아메리칸 드림의 표현이란 이유로? 세일즈맨의 죽음도 아메리칸 드림인데?

높은 평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독단의 의심 아래 첫 문장을 읽고,

이런 생각은 바로 거꾸로 뒤바뀌였다.

In my younger and more vulnerable years my father gave me some advice that I've been turning over in my mind ever since.
"Whenever you feel like criticizing any one," he told me, "just remember that all the people in this world haven't had the advantages that you've h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