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률 전역 이브
오늘은 전역 이브
2016년 1월 26일(화)에 군대에 가서, 2017년 10월 25일(수)에 전역을 했다.
오늘은 3년 전, 전역 하루 전날이다.
정말 오랜만에, 전역날을 돌이켜보았다.
전역 전날도, 전역날도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중대 사람, 아저씨, 간부님들 다 마주칠 때마다 축하와 인사를 해줬던 그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다.
다시금 떠올리면 미소를 띠게 하는 한 풍경이다.
전역날은 참 나가기 좋은 날씨였다.
새로운 2막, 시작이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넘쳤고,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들어가 있었다.
군대는 나에게 축복이었다.
나는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배우는 사람은 아니다.
이건 군대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해서, 매우 정신적으로 힘든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좋은 선임, 후임을 만나 나는 정말 많이 배우고,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시간이 지나고 결국, 많은 친구와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게 되었다.
군대라는 시스템에 정말 맞지 않는 사람인 내가
,물론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곤 하나,
그래도 정말 운 좋게도, 많은 사람의 인정을 통해, 나도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은
천상의 기쁨이다.
나는 큰 꿈을 쥐고 살아가는 사람이라
군대에서 많은 꿈을 들고, 다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구체적이지 않지만, 더 멋진 나, 하고 싶은 걸 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계획을 세웠다.
확신에 차 있었고, 매일 매일을 기쁨과 감사로 아침에 일어났다.
하지만 참 슬프게도, 계획의 거의 모두를 이루지 못했다.
난 이것을 큰 목표라서 불가능했다곤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를 해야겠다 정도론 이루기 어려운 목표였다.
또 난 어느 정도 성숙했구나 생각했는데, 군대에서 나오고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것들은, 맞고 틀림이 있는 게 아닌, 다름만이 떠 있는 세상으로 다시 보였고,
더 알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괴롭기도 하고, 즐거운 영역이기도 했다.
난 많은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철학과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었다.
군대에서와 생각이 크게 변하진 않았으나,
사람의 다름을 알고, 그 다양성이 인간의 축복임을, 자연의 신비임을 받아들이는 건 숭고한 일이다.
그 다름 속에서, 나라는 존재도 빛날 수 있고, 다르니까 공감도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나는 내 입장을 주장할 때, 이게 맞다 틀리다, 가 아니라,
이런 나의 견해도 있는 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의 형식으로 접근한다.
단순하고 고집 쎈 나로선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고 또 그만큼 재미가 있다.
한 때, 한쪽에 서서 사람을 바라보던 내가,
여러 방향과 거리에서 사람을 볼 수 있게 된 느낌이다.
때론 코앞에서 마주 보고, 때론 아주 멀리서 뒷모습만,
그리고 군대에서는 강압적으로 해야만 했던 규칙들이 사라지자, 너무나 인생의 규칙이 사라졌다.
'사람은 규율 안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4학년 2학기 때, 느낀 것은, 청춘에 많이 방황했고, 아파했구나.
그래도 배운 것은 크다. 남들보다 예민한 나는, 더디지만, 하나하나 짚어가며 느꼈었다.
꽤 괜찮은 자기계발 서적과 지식을 가진 나는,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도 확실히 알고 있다.
지나간 날을, 그냥 헛되이 보낸 3년에 대한 탄식이 아닌, 그래도, 그래도 다시 일어나보자는 결심을 하려 한다.
매 순간 헛되이 보내지도 않았고, 헛되이 보냈다고 칭하는 시간도, 큰 경험으로 치부하려 한다.
오늘 전역 이브 날, 3년이 지나고 나서야 나를 다시 잡으려고 한다.
사실 이런 다잡자는 결심은 많이 했다. 3년 동안 이런 결심을 했던 날이 100번은 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부터, 이런 오래가지 못하던 결심이 큰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닥을 찍은 마지막 날이길 기원한다.
또 지나간 나에게 축하와 응원을 보내고 미래의 나에게 축복과 안녕을 빈다.
// 이거 사실 24일 날 썼는데,, 일기장을 참고하느라, 결국 다음날에 쓰는구나ㅜ
//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