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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자작 시

고금

1.

형아 누나들이 타는 거라는

좀만 더 크고 타자하시던 엄마의 걱정은

웃음소리와 함께 아빠의 무릎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갔었는데,

그건 다 뭐였고, 어디 갔을까

 

놀이터 성에 누워있으면, 완벽함이 뭔지 알 수 있다는 발명

다음 날, 신이 나서 친구에게도 알려준 그 이론

발밑의 친구와 함께, 가끔 바라보는 것을 가리켰는데,

함께하는 친구가 있다면, 더 좋다.

이 한 문장을 추가했었는데,

다 뭐였고, 어디 갔을까 

 

그네가 더 재밌을까, 시소가 더 재밌을까

그건 왜 날마다 다를까, 어쨌든

올라가는 게 얼마나

추락하게 얼마나

터무니없고, 터무니없이 즐거운 것인지 

뭐였고, 어디갔을까

 

이어지는,

작고 약한 개미 친구들, 초코파이 케이크, 부모님의 싸움, 다툼, 화해, 공부

굳이 말 안해도 지나서 보는 것들. 관찰과 느낀 점, 배우고 성장했다고 불리는 이야기들,

재밌었다. 해야겠다. 로 끝나는 모든 이야기들

어디갔을까

 

 

2.

씨발 그게 도대체 다 뭐였고, 다 어디로 갔냐 이 말이지.

 

근데 ,

다림질한 바지를 엄마가 두 손으로 둘둘 말아주면 이상하게 풀리지 않는다는 거야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게 한톨씩 한톨씩 새어나갔거나, 풀렸을 거고,

한톨마저 없을 때 풀렸을까, 

풀려버리는 바람에 왕창 쏟아졌을까,

잘 모르겠지만, 뭐 어쨌든 그렇게 뿔뿔이 흩어지고, 사라졌다는 거지

이제 그걸, 전혀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거야, 우린 계속 당시와 맞춰간것 뿐이라고.

 

 

3.

친구와 함께 바짓단과 놀이터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바짓단 속 모래알의 여행에 대해,

놀이터성의 즐거움과 지금 우리의 질투와 욕망과 다른 점에 대해,

극단과 중용에 대해, 

성장과 시기에 대해,

가져갈 것과 버려야 할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의미와 무의미에 대해.

 

놀이터 위에 누워 찾은 것이 뭐고, 그건 잃어버린 건지,

아니면 아직 그대로 있는데, 뭔가가 덧칠된 것인지.

다시 찾거나 그릴 순 없을까.

 

 

4.

양 손을 꽉 쥔 채 바짓단을 올리려 했다.

어설프게 바짓단을 말아 올렸지만 금세 풀려버린다.

언 손을 펴보니, 한 손에는 언제부터 쥐고 있었는지 모를,

눌어붙은 사탕이 덕지덕지 내 손을 움켜잡고 있었다.

 

손을 펼쳐,

바짓단을 예쁘게 말아 손님이 다시 찾아오길 기다렸다.

칼바람이 바지 안으로 들어오듯

결국 이리저리 떠도는 작은 것들도 바짓단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 발목을 드러낸 미친놈은

눈 덮인 고성을 다시 찾아간다.

 

그 위에 놔두고 간 발명품을 혼자 찾으러 갔다.

별들도 유달리 밝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건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도화지에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의 바다를 그려보았다.

 

우리의 바짓단에 들어가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지나간 것 모두에게 이름을 붙여줘야 하는지.

두려워서 잠 뿐만이 달랬던 밤들을 생각했다.

모든 건 모두 모래가 되고, 점점

점점 모래보다 터무니 없이 작은 것, 보이지도, 느끼지도 못할 것이 되버리게 된다는 것

소멸보다 불안한 아주 작은 것들이 되어, 영원히 서로를 봐달라고 아우성치는 것

모두가 다 그렇게 될 것이란 것을, 나 뿐만 아니라는 위로를

또 그렇게, 모래가 모여서 별이 된다는 것이란 위로를

그 모래의 시기는 지나갈 것이란, 무한한 반복의 영원이란 위로를

지날 갈 거라고, 의식 없이. 모든게 그런 것이라고, 어쩔 수 없지만, 그렇기에 아름답다고,

위로해줬다.

이 위로는 언젠가 더 이상 별 자체가 흥미롭지 않게 했다.

 

그 때,

굳어가는 발목과 쉰 적 없는 심장, 놀이터 성이 같은 진동수로 울리고 있음을 느꼈다.

모래알의 반짝임과, 별들의 번쩍임, 달빛이 노래를 만들었다.

별들의 파도는, 거대한 빌딩보다 높이 치는 건지,

고요한 늪지대의 부동의 연못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놀이터 성이 날 지켜주는 건지,

먼 곳으로 보내려 하는 대포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해서 읍조리며,

바짓단은 맘만 먹으면 얼마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얼마나 쉽게 내게로 들어오고 나가는지,

다양한 모든 것들을, 희망이란 걸 담는지,

 

난 즐거워 하고 있었다. 

 

 

 

 

 

And now here is my secret, a very simple secret:

  It is only with the heart that one can see rightly;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 마음으로 보아야만 제대로 볼수있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the little prince repeated, so that he would be sure to remember.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It is the time I have wasted for my rose--"

said the little prince, so that he would be sure to remember.
"나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Men have forgotten this truth," said the fox.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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