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젠 바닷물이 되기를
너에겐 휩쓸리는게 그리도 힘든 거였나
닳고 깎여가도 괜찮은 척,
결국 몇 번 박살이 나도
바닥을 더듬으며 큰 조각을 줍고 붙이고 꼬매여
버텼구나
모든 건 결국 이렇게 휩쓸릴텐데
가고 싶어했던 해외여행도 좀 가보고,
낚시 바늘에 걸리지 않고
증발되지 않을 깊이에서 괴롭히던 태양을 바라보길
다음 생엔 넌 생명으로는 태어나지 마라
아니 깊은 곳, 아주 깊은 곳의 암석으로 가라앉기를
생명의 존재 일체 알지 못하는,
더는 도움 줄 필요도 없다.
자신의 역할을 알게 할 생각조차 없다.
상처받지 않고
방황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영원히 편하게 있어라
어쨌든 다음 생 생명으로는 태어나지 마라
넌 그렇게 또 멋쩍은 웃음으로,
사람으로 내게 올 것을 알고 있다.
난 너를 가끔 시집 비슷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넌 감정도 아닌, 시도 아닌, 풍경도 아닌,
다시 사람
널 저 멀리 뿔뿔이 흩어놓더라도
결국 하나로 모이겠지
너가 지금까지 고집부리던 건 가장 사람이 해야할 것
소중한 걸 모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