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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자작 시

뿌리면서

넌 이젠 바닷물이 되기를

너에겐 휩쓸리는게 그리도 힘든 거였나

닳고 깎여가도 괜찮은 척,

결국 몇 번 박살이 나도

바닥을 더듬으며 큰 조각을 줍고 붙이고 꼬매여 

버텼구나

모든 건 결국 이렇게 휩쓸릴텐데

가고 싶어했던 해외여행도 좀 가보고,

낚시 바늘에 걸리지 않고

증발되지 않을 깊이에서 괴롭히던 태양을 바라보길

다음 생엔 넌 생명으로는 태어나지 마라

 

  

아니 깊은 곳, 아주 깊은 곳의 암석으로 가라앉기를

생명의 존재 일체 알지 못하는,

더는 도움 줄 필요도 없다.

자신의 역할을 알게 할 생각조차 없다.

상처받지 않고

방황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영원히 편하게 있어라

어쨌든 다음 생 생명으로는 태어나지 마라

 

 

넌 그렇게 또 멋쩍은 웃음으로,

사람으로 내게 올 것을 알고 있다.

난 너를 가끔 시집 비슷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넌 감정도 아닌, 시도 아닌, 풍경도 아닌, 

다시 사람

널 저 멀리 뿔뿔이 흩어놓더라도

결국 하나로 모이겠지

 

너가 지금까지 고집부리던 건 가장 사람이 해야할 것

소중한 걸 모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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