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업일기

날씨

어제 낮에

친구와 점심을 먹으려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는데,

겨울의 매섭게 찬 날씨가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래도 봄은 아닌, 겨울의 끝이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고, 곧 비가 내릴듯 흐리고 고요했다.

 

주위를 둘러 보니

한적한 도로, 고요한 아파트 단지와 몇몇 상가가 보였다.

새롭고, 완벽한 풍경도, 고요도 아니었는데,

그래서 새롭고,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을이랑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가 떠나갔다는 아쉬움에 목적없이 이리저리 쏘다닌다는 많은 것들이 아니었다.

 

모든게 끝났고, 그래도 꽤 괜찮았지?  이런 느낌.

뭔가 악착같이 붙잡은 걸, 끝내 자신의 힘으로 놓아버리고

어떠한 비판조차, 응원조차 소용없어 진 것.

겨울이 무언가와 말 없이 화해한 것 같았다.

 

이런 비슷한 느낌을 주던게 뭘까 생각해봤다.

분명 차가운데 따뜻한 것을 가지고 있는 것들

친구들이 떠난 놀이터 성에 누워있을 때나

유적의 돌이 가진 무언가

쉽게 울지 않는 사람의 참다 터진 눈물 같은거.

 

너무 좋은 날씨였다.

어떤 햇빛의 화창함보다도, 포근한 함박눈보다도,

그 완벽하지 않음으로 희망을 주는 날씨였다.

 

나의 좋아하는 날씨는 무언가 극단적이었다.

어떤 무언가의 넘처흐름에 거기에 감탄하는 것도 좋지만,

공허함과 불완전함에서, 무언가 나름 발견하는 것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부터 가장 좋아하는 날씨는, 긴 겨울의 끝나는 날이다.

비 많이 오늘 날도 좋아졌듯이, 이런 날씨, 저런 날씨, 모든 날씨가 좋아지길 바란다.

'취업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말 오랜만에 공부를 했다.  (0) 2021.05.05
고래 책방  (0) 2021.04.04
  (0) 2021.03.22
늦은 일기  (0) 2021.03.11
취업일기 9: 바람  (0) 2021.01.21